악의 평범성이란?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은
광신도나 반사회적 성격장애자가 아닌
상부의 명령에 순응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었음을 말하는 개념으로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1963년 저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나오는 구절이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
독일 출생으로 한때 하이데거의 연인으로,
또 야스퍼스의 제자로 지내며 철학을 공부했다.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던 1933년
독일을 떠나 프랑스로,
1941년에는 미국으로 망명했다.
1951년에 『전체주의의 기원』을 통해
정치사상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고,
이후 『인간의 조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혁명론』 등 여러 저작을 남겼다.
이중 유대인 학살의 핵심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 보고서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은
이른바 ‘악의 평범성’ 개념으로 인해 숱한 논쟁을 낳는다.
사후에 출간된 주요 저작으로는 『정신의 삶』이 있다.
칼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 1906~1962)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핵심 책임자다.
그의 지휘로 유럽 전역에서 잡혀와
강제수용소에서
희생된 유대인 수는 약 600만명.
아이히만은 독일 패전 후 1960년 5월까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에서
가족과 함께 숨어 살다가
이스라엘 비밀경찰에게 체포돼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고,
1962년 5월 31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반대하고 저항했던 독일인들도 적지 않았다.
많은 지식인들이 해외로 망명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국내에서 나치의 명령을 거부하고
죽음을 택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날 무렵
친위대로 징집됐다가
이를 거부해 사형을 당한
청년들의 편지도 남아있다.
이들은 처형당하기 전날
가족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 두 사람은 그런 끔직한 일로
우리의 양심에 부끄러운 짓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습니다."
그들은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었기에
죽음을 선택했다.
반면 아이히만의 옳고 그름은 뒤집혀져 있었다.
그에게는 유대인을 학살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일이야말로 옳은 일이었다.
그는 600만명의 유대인을
죽음으로 몰고 가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다.
"그 행위를 하는 데 비열한 동기가 없었고
또 악행이라는 의식도 없었다"고,
그는 재판정에서 주장했다.
그래서 자신은 무죄라고 했다.
재판 내내 아이히만은
'기소장이 적시하는 범죄와 관련해
자신은 무죄'라는 주장을 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소장은
그가 고의로 행동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비열한 동기를 갖고 있었고
또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범죄라는 사실을
전적으로 인지한 상태에서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명령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그런 일을 했다면
분명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이라고 시인했다.
그런데 그가 했던 '명령받은 일'이란 것이
결국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치밀한 계획 하에 죽이는 것이었다.
재판에 참여한
여섯명의 정신과 의사들은
그를 '정상'으로 판정했다.
의사 가운데 한명은
"아이히만은 나보다 더 정상"이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의사들은 아이히만이 정상일 뿐만 아니라
매우 바람직한 성품을 가졌다고 판정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한나아렌트는
'정신상태가 정상일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기까지 하다고 판정받은'
아이히만이
어떻게 그런 악행을
저지를 수 있었는가를 설명했다.
그 핵심은 '생각 없음(thoughtlessnes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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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아렌트 #악의평범성 #나치 #아이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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